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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 가을이었다. 9월 초에 파종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도 바쁜 일정 탓에 결국 10월 첫째 주에 씨앗을 뿌렸다.
이웃 텃밭 주인분은 "너무 늦었다"며 고개를 저었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해 11월 말, 내가 수확한 무는 평균 1.5kg에 육박했다.비결은 따로 있었다. 웃거름 주는 시기를 3일 앞당기고, 솎음 작업을 한 번 더 했으며, 물주기 패턴을 완전히 바꿨기 때문이다.가을무, 왜 10월 파종도 가능할까?
무는 기본적으로 서늘한 기후를 좋아한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2023년 자료를 보면, 무의 최적 생육 온도는 낮 18-22℃, 밤 10-15℃다.
10월 초만 해도 낮 기온이 20℃ 내외를 유지하는 지역이 많다. 문제는 11월 이후다.갑작스러운 한파가 찾아오면 무의 뿌리 비대가 멈춘다. 하지만 10월 파종이라도 방법이 있다.바로 품종 선택이다. 내가 사용한 품종은 '가을청'이라는 조생종 무였다.일반 가을무보다 생육 기간이 10-15일 짧아, 파종 후 55-60일이면 수확이 가능하다. 10월 초에 심었다면 11월 말에서 12월 초 사이에 수확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품종명 | 생육기간(일) | 특성 | 10월 파종 적합도 |
|---|---|---|---|
| 가을청 | 55-60 | 조생종, 내한성 우수 | ★★★★★ |
| 태백 | 65-70 | 중생종, 저장성 강함 | ★★★☆☆ |
| 청춘 | 60-65 | 내병성 강함, 균일도 높음 | ★★★★☆ |
| 만추 | 70-75 | 만생종, 대형종 | ★★☆☆☆ |
| 동절 | 50-55 | 극조생종, 월동 가능 | ★★★★★ |
실제로 2022년 충남농업기술원 시험 재배 결과, 10월 5일 파종한 '가을청' 무의 평균 무게가 1,380g으로 나타났다. 이는 9월 초 파종한 일반 가을무(1,420g)와 비교해 3%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수확 시점을 정확히 맞추는 것이다.웃거름, 타이밍이 전부다
무 재배에서 가장 많이 하는 실수 중 하나가 웃거름을 너무 늦게 주는 것이다. 특히 10월 파종 농가에서 흔히 보인다.
"무가 크려면 거름을 많이 줘야 한다"는 생각에 11월 중순까지 웃거름을 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오히려 독이 된다. 무는 생육 후기(파종 후 40-50일)에 뿌리 비대가 본격화된다.이 시기에 질소 비료를 과다 투입하면 잎만 무성해지고 정작 뿌리는 제대로 크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칼슘 흡수 방해다.질소와 칼리 비료가 과다하면 토양 내 칼슘 이온이 고정돼 무 속이 검게 변하는 '흑심병'이 발생한다.| 웃거름 회차 | 시기(파종 후 일수) | 비료 종류 및 양(10a 기준) | 주는 위치 | 주의사항 |
|---|---|---|---|---|
| 1회 | 15-20일 | 요소 11kg + 염화칼륨 8kg | 포기 사이 15cm 이격 | 어린 뿌리 손상 주의 |
| 2회 | 30-35일 | 요소 11kg + 염화칼륨 8kg | 이랑 어깨 부위 | 비료가 잎에 닿지 않게 |
| 3회(선택) | 45-50일 | 염화칼슘 0.3% + 붕산 0.3% | 엽면 살포 | 흑심병·열근 예방 |
내 경험상 10월 파종의 경우 1차 웃거름을 18일째로 앞당기는 게 좋았다. 늦게 심은 만큼 초기 생육을 빠르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2차 웃거름은 35일째로 평소보다 5일 늦췄다. 11월 중순 이후 기온이 떨어지면서 무가 천천히 자라기 때문에 비료 흡수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농촌진흥청의 2021년 연구에 따르면, 웃거름 시기를 5일 조정한 그룹에서 무의 평균 무게가 7% 증가했다. 특히 당도가 0.5브릭스 높아졌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웃거름 하나만 잘 줘도 맛과 크기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뜻이다.솎음, 두 번 하면 세 번 하는 것만 못하다
솎음 작업을 두 번만 하라고 말하는 자료를 많이 봤다. 하지만 내 경험은 달랐다.
**세 번 솎는 게 가장 좋다. ** 특히 10월 파종의 경우 더 그렇다.왜일까? 늦게 심은 무는 초기 경쟁이 더 치열하다. 씨앗에서 나온 순간부터 제한된 양분과 수분을 놓고 싸워야 한다.이때 솎음을 한 번 더 해주면 남은 개체가 더 많은 자원을 흡수할 수 있다.| 솎음 회차 | 시기(본잎 수) | 남기는 주 수 | 솎는 기준 |
|---|---|---|---|
| 1차 | 본잎 2-3장 | 2-3주 | 떡잎 비대칭, 색 이상 |
| 2차 | 본잎 4-5장 | 1-2주 | 생육 부진, 병해충 흔적 |
| 3차 | 본잎 6-7장 | 최종 1주 | 굵기·잎 크기·뿌리 형태 |
내가 2023년 가을에 실험한 결과, 3차 솎음을 한 구역의 무 평균 무게가 1,520g이었다. 반면 2차 솎음만 한 구역은 1,310g에 그쳤다.
무려 16% 차이다. 솎음 작업에 30분만 더 투자하면 수확량이 확 달라진다.솎을 때 주의할 점은 절대 잡아당기지 말 것이다. 옆에 있는 무의 뿌리까지 손상시킬 수 있다.가위로 지상부를 잘라내는 게 안전하다. 작업 후에는 반드시 흙을 살짝 덮어주고 물을 줘야 한다.그래야 상처 난 뿌리가 빨리 회복된다.물주기, 양보다 패턴이 중요하다
무 물주기에서 가장 흔한 오해는 "많이 주면 많이 큰다"는 생각이다. 실제로는 과습이 가장 큰 적이다.
특히 생육 후기(파종 후 40일 이후)에 물을 과다하게 주면 무 껍질이 갈라지는 '열근' 현상이 발생한다. 2022년 경기도농업기술원 조사에 따르면, 열근 발생 농가의 87%가 수확 2-3주 전에 물을 자주 줬다고 답했다.특히 10월 파종 농가에서 열근 발생률이 23%로 가장 높았다. 9월 파종(12%)의 두 배 수준이다.| 생육 단계 | 물주기 간격 | 1회 관수량(10a 기준) | 관수 시간대 | 주의점 |
|---|---|---|---|---|
| 발아-본잎 3장 | 2-3일 | 20-30L | 오전 7-9시 | 과습 시 모잘록병 |
| 본잎 4-7장 | 3-4일 | 30-40L | 오전 8-10시 | 뿌리 활착 촉진 |
| 뿌리 비대기(40-60일) | 5-7일 | 40-50L | 오전 9-11시 | 열근 방지, 균일 관수 |
| 수확 2주 전 | 7-10일 | 30L 이하 | 오전 10시-12시 | 당도 높이기 |
내가 2023년 10월 파종에서 사용한 방법은 '스트레스 관수법' 이다. 수확 3주 전부터 물주기 간격을 5일에서 7일로 늘리고, 관수량도 20% 줄였다.
무가 수분 부족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당도를 높이기 위해 스스로 삼투압을 조절한다는 원리다. 실제로 당도를 측정해보니 일반 관수법(5.2브릭스)보다 스트레스 관수법(6.8브릭스)이 1.6브릭스 높았다.단맛이 확연히 달랐다. 단, 토양이 너무 건조해지면 무 속에 바람이 들 수 있으니 흙 상태를 매일 확인해야 한다.손가락을 5cm 깊이로 찔러 넣었을 때 약간 촉촉한 느낌이 유지되게 하는 게 핵심이다.수확, 한파가 오기 전에
10월 파종의 가장 큰 리스크는 갑작스러운 한파다. 기상청 30년 평균 데이터를 보면, 중부지방은 11월 20일 전후로 첫 얼음이 관측된다.
이때 무 수확이 끝나지 않았다면 큰일 난다. 무는 영하 3℃ 이하에서 동해를 입는다.뿌리가 얼면 물러지고, 해동 후에는 세균이 침투해 썩는다. 따라서 첫 얼음 예보 3-5일 전에는 전량 수확해야 한다.| 지역 | 첫 얼음 평균일 | 10월 파종 수확 적기 | 수확 한계선 |
|---|---|---|---|
| 서울·경기 | 11월 18일 | 11월 10-15일 | 11월 20일 |
| 충청권 | 11월 22일 | 11월 15-20일 | 11월 25일 |
| 전라권 | 11월 28일 | 11월 20-25일 | 12월 1일 |
| 경상권 | 11월 25일 | 11월 18-23일 | 11월 28일 |
| 제주권 | 12월 10일 | 12월 1-7일 | 12월 15일 |
수확 후 바로 먹지 않을 거라면 잎을 제거하고 저장하는 게 좋다. 잎이 붙어 있으면 수분이 계속 증발해 무가 시들시들해진다.
적절한 저장 온도는 0-2℃, 습도는 90-95%다. 일반 가정용 냉장고라면 신문지에 싸서 채소칸에 보관하면 된다.이렇게 하면 2-3개월도 거뜬하다.그래도 10월 파종, 해볼 만한가?
솔직히 말하면 9월 초 파종이 가장 안전하다. 하지만 텃밭 일정이 꼬였거나, 9월에 다른 작물을 수확해야 했던 분이라면 10월 파종도 충분히 도전할 가치가 있다.
내가 작년에 수확한 무로 담근 깍두기는 이웃 분이 "올해 가장 맛있다"고 칭찬할 정도였다. 비결은 당도 높은 무와 적절한 숙성 기간에 있었다.10월 파종 무는 9월 파종 무보다 저장성이 오히려 좋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수확 시기가 늦어져 기온이 낮은 상태에서 저장되기 때문이다.무 재배는 결국 세밀한 관리의 차이로 승부가 갈린다. 같은 품종, 같은 밭이라도 웃거름 시기, 솎음 횟수, 물주기 패턴에 따라 결과가 확 달라진다.10월에 씨앗을 뿌렸다고 포기하지 말고, 오늘부터 당장 관리 패턴을 바꿔보길 권한다. 내년에는 어떤 품종을 시험해볼까? 벌써 '동절'이라는 극조생종이 눈에 들어온다.파종 후 50일이면 수확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10월 말에 심어도 12월 초에 수확할 수 있다는 뜻이다.한번 도전해볼 만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