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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 재배의 시작, 언제 심어야 가장 좋을까?
작년 6월 초, 충북 괴산의 한 농가에서 팥을 심는 아주머니를 만났다. 땅은 이미 비 온 뒤라 촉촉했고, 흙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팥은 늦게 심어야 병 안 들어요"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팥은 다른 콩류보다 파종 시기가 좀 늦다.우리나라 중부 지방 기준으로 보통 6월 중순부터 7월 초순 사이가 적기다. 남부 지방은 6월 하순에서 7월 중순까지도 괜찮다.왜 이렇게 늦게 심을까? 팥은 고온 작물이라 땅 온도가 15도 이상 올라가야 제대로 발아한다. 5월에 너무 일찍 심으면 싹이 트지 않거나, 트더라도 냉해를 입기 쉽다.게다가 늦심기를 하면 팥의 주요 병해충인 탄저병과 진딧물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6월 중순 이후 파종한 팥이 5월 하순에 심은 것보다 탄저병 발생률이 약 30% 낮았다고 한다.하지만 너무 늦게 심는 것도 문제다. 7월 말 이후에 심으면 서리가 내리기 전에 수확이 어렵다.팥은 서리에 약해서 첫서리가 내리기 전에 꼭 수확해야 한다. 이게 팥 농사의 가장 큰 함정이다.지역에 따라 약간씩 다르지만, 대략 첫서리가 내리는 10월 중순을 기준으로 거꾸로 계산해서 파종 시기를 정하는 게 정석이다.| 지역 | 파종 적기 | 첫서리 예상일 | 생육 기간 |
|---|---|---|---|
| 중부 지방 | 6월 15일-7월 5일 | 10월 10일경 | 95-110일 |
| 남부 지방 | 6월 25일-7월 15일 | 10월 25일경 | 90-105일 |
| 강원 산간 | 6월 1일-6월 20일 | 9월 25일경 | 100-120일 |
| 제주도 | 7월 5일-7월 25일 | 11월 10일경 | 85-95일 |
이 표를 보면 신기한 점이 있다. 강원 산간 지역은 서리가 빨리 내리니까 파종도 더 빨리 해야 하지만, 생육 기간은 오히려 더 길다.
고랭지 특성상 낮과 밤의 일교차가 커서 생육 속도가 더디기 때문이다. 반면 제주도는 서리가 늦게 내리니까 파종도 늦게 하고, 기온이 높아 생육 기간도 짧다.팥을 처음 심는다면 내 지역의 첫서리 예상일을 꼭 확인하자. 기상청 홈페이지에서 과거 10년간의 자료를 볼 수 있다. 여기에 최소 100일을 더하면 파종 적기가 나온다.예를 들어 첫서리가 10월 15일경이라면, 7월 첫째 주까지는 심어야 안전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파종 방법도 중요하다.두둑을 만들고 40-50cm 간격으로 줄뿌림하거나, 20-30cm 간격으로 점뿌림한다. 깊이는 2-3cm 정도. 너무 깊이 심으면 싹이 땅을 뚫고 나오는 데 에너지를 너무 많이 써서 초기 생육이 약해진다.너무 얕게 심으면 새나 까치가 파먹는 경우도 생긴다. 이 간격과 깊이는 농사 경험자들이 가장 많이 실수하는 부분이기도 하다.이제 파종 시기를 알았으니, 땅을 어떻게 준비하고 물을 어떻게 줘야 하는지가 궁금해진다. 실제로 팥은 생각보다 물에 민감해서 물 관리만 잘해도 수확량이 두 배 가까이 차이난다.물과 흙의 균형, 팥이 좋아하는 환경 만들기
팥은 생각보다 까다로운 작물이다. 건조에도 약하고, 과습에도 약하다.
이걸 처음 알았을 때 솔직히 좀 당황했다. "그럼 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지?" 싶었으니까. 하지만 몇 번의 실패를 겪으면서 깨달았다.팥은 배수와 보습,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는 걸.처음 팥 농사를 시작했을 때, 물을 자주 줘야 하는 줄 알고 매일 조금씩 줬다. 결과는 처참했다.
팥이 크지도 않고, 꼬투리 수도 적었으며, 심지어 일부는 뿌리가 썩어서 죽었다. 농업기술센터에 가서 물어보니 "팥은 물을 많이 줘야 하는 게 아니라, 가뭄 때만 줘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팥의 뿌리는 생각보다 깊게 뻗는다. 땅속 40-50cm까지도 내려간다.그래서 표면이 말라도 뿌리까지 다 마르는 건 아니다. 오히려 너무 자주 물을 주면 표층에 뿌리가 집중돼서 더 약해진다.이걸 '천근성'이라고 하는데, 천근성으로 키우면 작은 가뭄에도 쉽게 시든다. 팥은 어릴 때 약간의 스트레스를 줘서 뿌리를 깊게 내리게 하는 게 포인트다.물 주는 시점은 간단하다. 손가락을 흙에 2-3cm 넣어봐서 완전히 말랐을 때. 이때 흠뻑 주는 게 좋다.특히 개화기와 꼬투리 형성기에는 물이 가장 많이 필요하니까 이 시기만 집중적으로 관리해도 수확량이 확 달라진다. 농촌진흥청 시험 결과를 보면, 개화기 물 관리만 잘해도 일반 재배보다 15-20% 증수 효과가 있었다는 보고가 있다.| 물 관리 시기 | 물 주는 양 | 주의할 점 | 효과 |
|---|---|---|---|
| 파종-발아기 | 약간 촉촉하게 | 과습 금지, 종자 부패 위험 | 80% 이상 발아율 |
| 생육 초기(본엽 3-4매) | 건조하게 관리 | 천근성 방지, 뿌리 내리기 유도 | 스트레스 내성 향상 |
| 개화기-꼬투리 형성기 | 충분히 관수 | 5-7일 간격, 20-30mm | 수확량 20% 증가 |
| 성숙기 | 관수 중단 | 과습 시 꼬투리 부패 | 품질 유지 |
토양도 신경 써야 한다. 팥은 pH 6.0-6.5의 약산성 토양을 좋아한다.
너무 산성(5.5 이하)이면 생육이 더디고, 알칼리성(7.0 이상)이면 철분 흡수가 안 돼서 잎이 노랗게 변한다. 팥 농사 2년 차에 이걸 몰라서 고생했다.밭의 pH가 5.2였는데, 팥이 계속 누렇게 뜨더니 결국 수확량이 반토막 났다. 그다음 해에는 석회를 뿌려서 pH를 6.3으로 맞추니까 확실히 달라졌다.토양을 개량할 때는 석회고토나 소석회를 사용한다. 보통 10a당 100-150kg 정도. 하지만 무조건 많이 넣는다고 좋은 게 아니다.석회를 너무 많이 넣으면 반대로 토양이 알칼리화되거나 미량원소 흡수가 방해받을 수 있다. 반드시 토양 검사를 먼저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필요한 양만 넣어야 한다.농업기술센터에 가면 무료로 토양 검사를 해주니까 꼭 활용하자.두둑도 중요하다. 팥은 배수가 생명이기 때문에 밭을 평평하게 하지 말고 약간 높은 두둑을 만들어야 한다.
두둑 높이는 15-20cm, 폭은 60-90cm가 적당하다. 두둑 사이에는 40-50cm의 고랑을 만들어서 빗물이 잘 빠지게 한다.특히 장마철에는 이 고랑이 생명줄이다. 고랑이 없으면 장마 때 물이 고여서 뿌리가 썩기 쉽다.거름 주는 방법도 간단하다. 밑거름으로 퇴비를 10a당 1,000-1,500kg, 웃거름은 꼬투리가 달리기 시작할 때 질소 3-4kg 정도를 추가로 준다.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팥은 너무 많은 질소비료를 주면 안 된다는 점이다. 질소가 과다하면 잎만 무성해지고 꼬투리 수는 오히려 줄어든다.이걸 '도장 현상'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질소 과다로 도장한 팥은 키만 크고 꼬투리가 30% 이상 적게 달리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해서 팥을 키우다 보면 어느새 꽃이 피고 꼬투리가 맺히는 모습을 보게 된다.그런데 이쯤 되면 '이 팥, 언제 수확해야 하지?'라는 궁금증이 생기기 마련이다. 팥 수확은 생각보다 타이밍이 까다로워서 실수하면 농사가 통째로 망칠 수 있다.수확의 순간, 팥 농사의 마지막 퍼즐
팥 수확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간다. 콩처럼 한 번에 몽땅 수확하는 게 아니라, 여러 번 나눠서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팥은 꼬투리마다 익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아래쪽 꼬투리가 먼저 익고, 위쪽은 나중에 익는다. 한꺼번에 베어버리면 덜 익은 팥이 섞이거나, 너무 익어서 꼬투리가 터져 버리는 경우가 생긴다.적정 수확 시기는 꼬투리가 누렇게 변하고, 속에 있는 팥이 단단해졌을 때다. 꼬투리를 따서 손으로 눌러봤을 때 쉽게 부서지지 않고, 팥 표면에 주름이 없으면 수확해도 좋다.너무 늦게 수확하면 꼬투리가 터져서 팥이 땅에 떨어지고, 이러면 손실이 크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적기보다 10일 늦게 수확하면 약 15-20%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한다.수확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손으로 직접 따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예취기로 베어서 건조 후 탈곡하는 방법이다.소규모 농사(300평 이하)는 손수확이 오히려 효율적일 때도 있다. 손수확은 꼬투리만 골라서 딸 수 있어서 품질이 좋고, 덜 익은 건 나중에 다시 딸 수 있다.하지만 인건비가 많이 든다.| 수확 방법 | 장점 | 단점 | 적합 규모 |
|---|---|---|---|
| 손수확 | 품질 좋음, 선별 가능 | 인건비 높음, 시간 오래 걸림 | 300평 이하 |
| 예취+건조+탈곡 | 대량 수확 가능, 효율적 | 품질 고르지 않음, 손실 발생 | 300평 이상 |
| 콤바인 직수확 | 가장 효율적, 인력 최소 | 기계 비용, 초기 투자 부담 | 1,000평 이상 |
| 반기계화(예취+손탈곡) | 적정 효율, 품질 유지 | 작업 과정 복잡 | 300-500평 |
나는 작년에 200평 규모로 팥 농사를 지었는데, 처음엔 콤바인을 빌려서 한 번에 수확하려고 했다. 그런데 주변 농부들이 말렸다.
"팥은 콤바인으로 하면 손실이 많다"고. 실제로 콤바인 직수확은 손실률이 10-15%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결국 손으로 직접 수확했는데, 확실히 품질은 좋았다.대신 일주일 내내 허리가 휘었다. 수확한 팥은 바로 탈곡하지 말고, 한 이틀 정도 밭에서 말려야 한다.비닐을 깔고 그 위에 펼쳐서 햇볕에 말리는데, 이때 비가 오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비에 젖으면 팥이 발아하거나 곰팡이가 생기기 쉽다.건조가 끝나면 탈곡을 하는데, 예전에는 도리깨로 쳤지만 요즘은 소형 탈곡기를 많이 쓴다. 탈곡 후에는 까끄라기와 이물질을 골라내야 한다.이 과정을 '정선'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품질이 결정된다. 팥은 크기가 일정하고, 색깔이 고르며, 깨진 것이 없어야 좋은 등급을 받는다.농산물품질관리원 기준으로 보면 상품(1등급)은 크기가 4.5mm 이상이고, 이물질 혼입률이 0.5% 미만이어야 한다. 재미있는 건, 팥의 크기에 따라 용도가 다르다는 점이다.큰 팥(5mm 이상)은 팥죽이나 팥앙금용으로, 중간 크기(4-5mm)는 밥에 넣어 먹거나 떡고물용으로, 작은 팥(4mm 미만)은 가루를 내서 활용한다. 시장에서 팔 때도 크기별로 가격이 다르다.대형 팥은 kg당 8,000-10,000원, 중형은 6,000-8,000원, 소형은 4,000-6,000원 선이다. 팥을 저장할 때는 밀폐 용기에 넣어서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보관해야 한다.습기가 차면 팥이 쉽게 상한다. 냉장 보관하면 1년 이상도 가능하지만, 냉동 보관하면 2년까지도 간다.다만 냉동한 팥은 요리할 때 불리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팥 수확은 이렇게 마무리되지만, 사실 농사에서 진짜 중요한 건 '다음 농사'다.팥을 수확한 밭에는 무엇을 심을까? 팥은 뿌리혹박테리아 덕분에 질소를 많이 남기는 작물이라, 다음 작물에 좋은 영향을 준다. 보통 팥 다음에는 배추나 무 같은 엽채류를 심거나, 밀 같은 곡물을 심는 경우가 많다.이걸 '윤작'이라고 하는데, 윤작을 잘하면 토양 건강도 유지되고 병해충도 줄일 수 있다. 팥 농사는 첫 해에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나도 첫 해에는 절반도 수확하지 못했다. 하지만 한 번 성공하면 그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직접 기른 팥으로 팥죽을 끓여 먹는 맛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이다. 게다가 팥은 우리나라 전통 음식의 핵심 재료라서, 수확한 팥을 나누는 재미도 쏠쏠하다.팥 농사,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차근차근 따라 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