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 상추, 3월이 골든타임이다
지난주에 텃밭에 나갔다가 3월 중순인데도 땅이 제법 차갑더라고요. 아침 최저기온이 2-3도까지 내려가는 날이 많아서 "아직 이르려나?" 싶었는데, 작년에 3월 20일쯤 심었던 상추가 생각나더군요.
그때는 너무 일찍 심었다가 저온 피해를 봤거든요. 잎이 노랗게 변하고 성장이 멈춰버린 경험이 있어서 올해는 조금 더 신중해졌습니다.봄 상추의 최적 파종 시기는 우리나라 기준으로 3월 하순부터 4월 초순입니다.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상추 종자가 발아하는 최저 온도는 4도지만 실제로는 10-15도가 적정 온도예요.저온에서 발아율이 급격히 떨어지는데, 4도에서의 발아율은 30% 미만으로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3월 25일 이후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구분 | 봄 상추 (3-4월) |
|---|---|
| 파종 시기 | 3월 하순 - 4월 초순 |
| 정식 시기 | 4월 중순 - 5월 초순 |
| 적정 발아 온도 | 10-15℃ |
| 저온 피해 한계 | -2℃ 이하 |
| 수확까지 소요 기간 | 40-50일 |
| 추천 품종 | 청치마, 적치마, 로메인 |
모종을 고를 때도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저는 주말농장에 가기 전에 동네 화원에서 모종을 사는데, 꼭 확인하는 게 있어요.
본잎이 4-5장 정도 나왔는지, 뿌리가 너무 뻗어나와 포트 아래로 삐져나오지는 않았는지요. 뿌리가 포트 밖으로 나온 모종은 정식할 때 뿌리 손상이 커서 활착률이 떨어집니다.실제로 작년에 뿌리가 삐져나온 모종 20개를 심었는데 5개가 시들어버렸어요. 반면 건강한 모종은 98%가 살았습니다.상추 모종을 심을 때 간격도 중요합니다. 보통 20-25cm 간격으로 심으라고 하는데, 저는 웃자람을 방지하기 위해 30cm 간격을 유지합니다.촘촘히 심으면 초기엔 풍성해 보이지만 성장하면서 서로 경쟁하게 되어 결국 수확량이 줄어들더라고요.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연구팀의 실험에서도 25cm 간격보다 30cm 간격에서 최종 수확량이 15% 더 많았다는 결과가 있습니다.봄 상추의 가장 큰 적은 늦서리입니다. 4월 초에 예상치 못한 한파가 찾아오면 모종이 치명타를 입을 수 있어요.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직포를 준비해둡니다. 밤사이 기온이 3도 이하로 떨어질 거라는 예보가 나오면 바로 덮어주는 거죠. 부직포 하나로 온도 차이가 3-4도까지 난다는 건 직접 확인했습니다.덮고 안 덮고의 차이가 정말 컸어요. 봄에 심은 상추는 기온이 올라가면서 급격히 성장합니다.4월 중순에 심으면 5월 하순부터 수확이 가능한데, 이때가 가장 맛있습니다. 일교차가 크면 당도가 올라가기 때문이에요.실제로 봄 상추의 당도는 4-5브릭스 정도인데, 여름 상추는 2-3브릭스로 떨어집니다. 2배 차이가 나는 거죠.봄 상추 수확의 포인트는 '아랫잎부터 따기'입니다.
위쪽 생장점을 살려두고 아래 잎만 따면 계속 자라서 한 달 이상 수확이 가능합니다. 작년에 저는 5월 말부터 7월 초까지 6주 동안 같은 상추에서 잎을 땄어요.다만 너무 많이 따면 안 됩니다. 잎을 70% 이상 따버리면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아 꽃대가 올라오더라고요.자, 그런데 봄 상추를 제대로 키웠다면 여름에도 같은 방법을 쓰면 안 됩니다. 여름 상추는 완전히 다른 전략이 필요해요.여름 상추, 그냥 심으면 망한다
6월만 되어도 낮 기온이 30도를 넘나드는 요즘, 상추는 더위에 꽤 민감합니다. 상추의 최적 생육 온도는 15-20도인데, 25도만 넘어가도 성장이 더뎌지고 30도 이상에서는 거의 멈춥니다.
게다가 고온에 장일(긴 낮)까지 겹치면 꽃대가 올라오는 추대 현상이 발생해요. 꽃대가 올라오면 잎이 질겨지고 쓴맛이 나서 먹을 수가 없습니다.작년 7월에 실수한 적이 있어요. 햇볕이 잘 든다고 자랑스러워했던 텃밭이 오히려 독이 됐습니다.한낮에 온도계를 꽂아보니 흙 표면 온도가 무려 45도까지 올라갔더라고요. 상추 모종이 시들시들 축 처져서 보기에도 안쓰러웠습니다.결국 그 해 여름 상추는 거의 포기해야 했어요. 여름 상추를 성공적으로 키우려면 품종 선택이 가장 중요합니다.내서성(耐暑性)이 강한 품종을 골라야 해요. 국립종자원 자료에 따르면 '여름청치마', '서진', '여름적축면' 같은 품종이 고온에서도 추대가 늦고 잎이 부드럽다고 합니다.특히 '여름청치마'는 35도 고온에서도 70% 이상의 발아율을 유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구분 | 여름 상추 (6-7월) |
|---|---|
| 파종 시기 | 6월 초순 - 7월 초순 |
| 정식 시기 | 6월 중순 - 7월 중순 |
| 적정 발아 온도 | 15-20℃ |
| 고온 피해 한계 | 30℃ 이상 |
| 수확까지 소요 기간 | 30-40일 |
| 추천 품종 | 여름청치마, 서진, 여름적축면 |
여름에 상추를 심을 때는 '그늘'이 생명입니다. 저는 50% 차광막을 설치했는데요, 이게 없었다면 여름 상추는 꿈도 못 꿨어요.
차광막을 치면 온도가 5-7도 정도 내려가고, 직사광선을 막아줘서 잎이 타는 현상도 방지됩니다. 다만 너무 짙은 차광막은 오히려 웃자람을 유발할 수 있으니 30-50% 정도가 적당합니다.물 주는 방법도 달라져야 합니다. 봄에는 흙이 마를 때쯤 흠뻑 줬다면, 여름에는 아침 6-7시에 미리 물을 줘야 해요.한낮에 물을 주면 물방울이 렌즈 역할을 해서 잎이 탈 수 있고, 저녁에 주면 밤사이 습도가 높아져 곰팡이 병이 생길 위험이 있습니다. 점적 관수를 추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잎에 직접 물이 닿지 않게 땅에만 물을 주면 병해를 40% 이상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여름 상추의 또 다른 문제는 해충입니다.진딧물과 총채벌레가 극성인데, 특히 진딧물은 온도가 높을수록 번식 속도가 빨라져 5-7일 만에 개체 수가 2배로 늘어납니다. 저는 화학 살충제 대신 고삼 추출물을 사용하는데, 효과가 꽤 좋았어요.일주일에 한 번씩 뿌려주면 진딧물이 거의 사라집니다. 가격도 500ml에 1만 원 정도로 부담 없는 편이에요.여름 상추의 수확 시기는 봄보다 짧습니다. 보통 30-40일이면 수확이 가능한데, 문제는 이맘때쯤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한다는 거예요.꽃대가 올라오는 징후는 가운데 줄기가 갑자기 길어지고 잎이 작아지는 겁니다. 이 신호가 보이면 바로 전체를 수확해야 합니다.부분 수확을 계속했다간 며칠 만에 다 질겨져 버려요. 여름 상추의 쓴맛을 줄이는 꿀팁이 하나 있습니다.수확하기 전 2-3일 동안 물을 평소보다 적게 주는 거예요. 약간의 수분 스트레스가 당도를 높여 쓴맛이 덜 느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직접 해보니 확실히 차이가 있었습니다. 수확 후 찬물에 30분 정도 담가두면 쓴맛이 더 빠져나가더라고요.그런데 여름 상추가 끝나갈 무렵이면 어느새 가을이 다가옵니다. 그리고 이때가 바로 상추 농사의 하이라이트입니다.가을 상추, 일년 중 가장 맛있다
9월 초,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텃밭에 다시 상추를 심을 때가 왔음을 알립니다. 가을 상추는 봄 상추보다 훨씬 맛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일교차가 크면 상추가 당분을 축적하기 때문입니다.가을철 낮과 밤의 온도 차는 평균 10도 이상 벌어지는데, 이 조건이 상추의 맛을 최고로 끌어올립니다. 실제로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분석 자료를 보면, 가을 상추의 비타민 C 함량은 봄 상추보다 20-30% 높습니다.또한 베타카로틴 함량도 가을 상추가 월등히 높아서 영양학적으로도 가을 상추가 더 우수하다는 결론입니다. 맛과 영양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게 가을 상추예요.가을 상추의 파종 시기는 8월 하순부터 9월 중순까지입니다. 너무 일찍 심으면 아직 더위가 가시지 않아 여름 상추의 문제를 그대로 겪을 수 있고, 너무 늦게 심으면 첫서리가 내리기 전에 충분히 자라지 못합니다.저는 9월 첫째 주를 골든타임으로 잡고 있어요.| 구분 | 가을 상추 (8-9월) |
|---|---|
| 파종 시기 | 8월 하순 - 9월 중순 |
| 정식 시기 | 9월 중순 - 10월 초순 |
| 적정 발아 온도 | 15-20℃ |
| 저온 피해 한계 | -3℃ 이하 |
| 수확까지 소요 기간 | 50-60일 |
| 추천 품종 | 청치마, 로메인, 버터헤드 |
가을 상추의 가장 큰 적은 바로 '벼룩잎벌레'입니다. 이 작은 벌레는 싹이 나온 직후의 어린 잎을 갉아먹는데, 심하면 3-4일 만에 모종을 망가뜨려요.
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종 후 바로 미세 그물망을 씌웁니다. 한 겹만 씌워도 벼룩잎벌레의 피해를 80% 이상 줄일 수 있어요.그물망은 인터넷에서 5m 길이에 5천 원 정도면 살 수 있습니다. 가을 상추는 봄과 달리 비료 관리도 달라져야 합니다.봄에는 질소 비료를 많이 줘서 잎을 크게 키우는 게 중요했다면, 가을에는 칼륨 비료를 강화해야 합니다. 칼륨은 식물이 저온 스트레스를 견디는 데 도움을 줘요.농촌진흥청의 시험 결과, 칼륨 비료를 추가로 준 상추가 그렇지 않은 상추보다 첫서리 이후에도 2주 더 수확이 가능했다고 합니다. 가을 상추의 파종 방법도 조금 다릅니다.여름처럼 직파를 하면 발아율이 떨어질 수 있어서, 저는 항상 육묘 트레이에 먼저 씨앗을 뿌려 키운 후 밭에 옮겨 심습니다. 트레이에서 2주 정도 키우면 본잎이 2-3장 나오는데, 이 시기에 옮겨심으면 활착률이 95% 이상입니다.직파했을 때의 70%보다 훨씬 높은 수치예요. 가을 상추의 수확은 10월 중순부터 시작해서 11월 초까지 가능합니다.이 시기의 상추는 잎이 두껍고 아삭한 식감이 일품이에요. 특히 첫서리가 내린 직후에 수확한 상추는 단맛이 더해져서 그야말로 꿀맛입니다.저온에 노출되면 상추가 체내 전분을 당으로 전환하기 때문이죠.다만 첫서리가 내린 후에는 바로 수확해야 합니다. 서리를 맞은 상추는 며칠 안에 물러지기 시작하거든요.
저는 기상청 예보를 매일 확인하면서 서리 예보가 뜨면 전날 미리 수확해 버립니다. 서리 피해를 입은 상추는 냉장고에 넣어도 2-3일 만에 물러져서 오래 보관할 수 없어요.가을 상추는 봄 상추보다 수확 기간이 길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봄에는 6월이 되면 급격히 꽃대가 올라와서 수확이 끝나지만, 가을은 날씨가 점점 서늘해지면서 상추가 천천히 자라기 때문에 4-5주 동안 꾸준히 수확이 가능합니다.작년에는 10월 초에 심은 상추를 11월 중순까지 수확했어요. 무려 6주 동안이었습니다.이렇게 계절별로 완전히 다른 전략이 필요한 상추 농사, 사실 가장 중요한 건 여러분의 텃밭 환경과 일정에 맞는 품종과 시기를 선택하는 겁니다. 표에 나온 수치들은 참고용일 뿐, 실제로는 매년 기상 상황이 다르니까요.특히 요즘처럼 이상 기후가 잦은 시대에는 더 유연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제 경험으로는 처음부터 모든 계절에 도전하기보다, 봄이나 가을 중 하나를 선택해서 시작하는 걸 추천합니다.성공 경험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여름 상추에도 도전할 자신이 생길 거예요. 어느 계절에 도전하든, 직접 키운 상추 한 잎의 맛은 절대 잊을 수 없습니다.